무엇을 보관하나: 연금저축으로 옮기려는 IRP 속 퇴직급여
이 글의 독자는 중소기업에 다니다 만 55세 이후 퇴직한 근로자입니다. 재직 중 퇴직급여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에 적립되었고, 퇴직하면서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로 받았습니다. 이 독자는 여러 해 세액공제를 받으며 납입한 연금저축 계좌도 따로 가지고 있습니다. 연금저축은 운용과 인출 제약이 IRP보다 적다는 설명을 듣고, IRP 잔액을 연금저축으로 옮겨 한 계좌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글은 두 계좌 가운데 어느 계좌에서 먼저 꺼낼지, 한 계좌 안에서 어떤 돈이 먼저 빠지는지, 연금수령한도를 넘기면 세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주로 다뤘습니다. 이 글은 그 앞 단계의 질문 하나를 다룹니다. IRP의 돈을 연금저축으로 옮겨도 계좌 안의 인출 순서와 퇴직소득세 감면이 그대로 이어지는지, 옮기는 과정에서 무엇이 달라지는지입니다.
IRP 안에 든 돈은 세금 성격에 따라 세 묶음으로 나뉩니다. 첫째는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본인 납입금인 과세제외금액입니다. 둘째는 퇴직소득세를 내지 않은 채 들어온 퇴직급여인 이연퇴직소득입니다. 셋째는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금과 계좌 전체의 운용수익입니다. 퇴직급여만 받은 계좌라면 대부분 둘째 묶음과 그 운용수익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체를 검토할지 판단하는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연금을 받는 동안 목돈의 일부만 꺼낼 일이 생길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위험자산 비중을 지금보다 높여 운용할 계획이 있는지입니다. 두 가지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면 계좌를 옮겨 얻는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느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옮긴 뒤에도 위 세 묶음의 구분이 그대로 남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보관 조건: 두 계좌의 차이와 이체가 인출로 처리되지 않는 조건
두 계좌는 운용 규칙과 중도 인출 방식이 다릅니다. IRP는 주식형 펀드 같은 위험자산을 적립금의 70% 이내로만 담도록 제한합니다. 연금저축에는 이 비중 제한이 없습니다. 연금 개시 전 인출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연금저축은 계좌를 유지한 채 일부 금액만 꺼낼 수 있습니다. IRP는 법에서 정한 사유가 아니면 일부만 꺼낼 수 없고 계좌 전체를 해지해야 합니다. 독자가 연금저축으로 옮기려는 이유도 대부분 이 두 가지에 있습니다.
세법은 연금계좌의 돈을 다른 연금계좌로 옮기는 일을 일정한 요건 아래에서 인출로 보지 않습니다. 만 55세 이후 연금수령 요건을 갖춘 가입자가 IRP의 돈을 연금저축으로 옮기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요건을 충족하면 옮기는 시점에 세금이 원천징수되지 않고, 과세는 새 계좌에서 실제로 돈을 꺼낼 때까지 미뤄집니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이 경우 옮기는 돈은 IRP에서 인출한 뒤 연금저축에 새로 넣은 돈으로 처리됩니다. 이연퇴직소득에는 퇴직소득세가 부과되고,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금과 운용수익에는 연금외수령 세율이 적용됩니다. 나이와 가입 기간 등의 요건을 갖추었는지는 이체를 받는 금융회사가 신청 단계에서 판단합니다. 따라서 신청 전에 이번 이체가 과세이연 이체로 처리되는지부터 문의해야 합니다.
확인 절차는 다음 순서로 진행합니다. 먼저 이체를 받을 연금저축 금융회사에 계좌 간 이체를 신청하고, 신청서에 연금계좌 이체로 표시되는지 확인합니다. 다음으로 이체가 끝난 뒤 IRP 금융회사가 발급하는 처리 내역에 원천징수 세액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세액이 찍혀 있다면 과세이연 이체가 아니라 인출로 처리된 것입니다. 본인이 IRP를 직접 해지해 받은 돈을 연금저축에 입금하는 방식은 계좌 간 이체가 아니므로, 같은 금액을 옮기더라도 인출로 과세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꺼낼 때: 옮긴 뒤의 인출 순서와 퇴직소득세 감면
과세이연 이체로 처리되면 IRP 금융회사가 옮기는 금액을 과세제외금액, 이연퇴직소득, 그 밖의 금액으로 나눈 내역을 연금저축 금융회사에 함께 넘깁니다. 따라서 이연퇴직소득은 연금저축 안에서도 이연퇴직소득으로 관리됩니다. 계좌 안의 인출 순서는 계좌 종류가 아니라 돈의 성격에 따라 정해집니다. 연금저축에서도 과세제외금액이 먼저 빠지고, 그다음 이연퇴직소득, 마지막으로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금과 운용수익이 빠집니다.
퇴직소득세 감면도 돈의 성격에 따라 적용됩니다. 이연퇴직소득을 연금으로 받으면 원래 퇴직소득세의 70%만 내고, 실제 연금수령연차가 10년을 넘는 부분부터는 60%를 냅니다. 연금저축으로 옮긴 뒤에도 이 감면 구조는 그대로 적용됩니다. 다만 IRP에서 쌓인 연금수령연차가 새 계좌로 그대로 이어지는지는 이체 시점과 계좌 상태에 따라 금융회사의 처리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감면율을 좌우하는 항목이므로 이체 뒤 내역서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인출 순서는 그대로이지만 계좌를 합치면 그 안의 구성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연금저축에 과세제외금액 1,000만원이 있고 IRP에 이연퇴직소득 1억원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둘을 합친 뒤 연금수령한도 안에서 한 해에 1,500만원을 꺼내면, 먼저 과세제외금액 1,000만원이 세금 없이 빠집니다. 나머지 500만원은 이연퇴직소득에서 빠져 감면된 퇴직소득세가 붙습니다. 연금수령한도도 두 계좌의 평가액을 합친 한 계좌 기준으로 다시 계산됩니다.
계좌를 따로 둘 때와 비교하면 판단 기준이 분명해집니다. 따로 두면 연금저축의 과세제외금액과 IRP의 이연퇴직소득을 해마다 계좌별로 나누어 꺼낼 수 있어, 어느 돈을 언제 쓸지 조정할 여지가 있습니다. 합친 뒤에는 정해진 순서대로만 빠지므로 이 여지가 줄어듭니다. 또한 한 해 수령액이 합산된 연금수령한도를 넘으면, 넘는 부분의 이연퇴직소득은 연금외수령으로 보아 감면 없이 원래의 퇴직소득세가 부과됩니다. 합치기 전에 한 해 필요 금액이 한도 안에 들어오는지 따져 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꺼낼 때: 이체 신청 전 준비 목록
이체는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입니다. 아래 항목을 신청 전에 하나씩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현재 IRP 잔액이 과세제외금액, 이연퇴직소득, 그 밖의 금액으로 얼마씩 나뉘는지를 IRP 금융회사의 내역서로 확인합니다.
- 이체를 받는 금융회사에 이번 이체가 인출로 보지 않는 과세이연 이체로 처리되는지 문의합니다.
- IRP에서 이미 연금을 받고 있다면 지금까지의 연금수령연차가 새 계좌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확인합니다.
- IRP 잔액 일부만 옮길 수 있는지, 전액을 옮겨야 하는지를 두 금융회사에 확인합니다.
- 연금저축으로 옮긴 뒤 담을 상품을 미리 정해 두고, IRP에서 운용 중인 상품의 매도 시점과 수수료를 확인합니다.
- 두 계좌를 따로 두는 경우와 합치는 경우 각각 연간 연금수령한도가 얼마인지 비교합니다.
위 목록 가운데 연금수령연차와 일부 이체 가능 여부는 금융회사마다 안내가 다를 수 있습니다. 구두 답변보다 서면이나 화면으로 남는 안내를 받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적용 예시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내역서상 IRP 잔액이 이연퇴직소득과 그 운용수익으로만 이루어져 있고, 받는 금융회사가 과세이연 이체로 처리된다고 답했다고 가정합니다. 이 경우에도 연금수령연차와 운용 상품의 처리 방식을 확인한 뒤에 신청 여부를 정합니다. IRP에서 운용하던 상품을 팔아 현금으로 옮겨야 하는지, 그 사이 운용 공백이 생기는지도 이때 함께 확인합니다. 반대로 과세이연 처리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받지 못했다면 신청을 미루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점검 주기: 이체 직후와 매년 수령 계획을 세울 때
첫 점검은 이체 직후입니다. 연금저축 금융회사의 계좌 내역에서 이연퇴직소득과 과세제외금액이 옮기기 전 금액대로 표시되는지 확인합니다. 구분이 빠졌거나 금액이 다르면 바로 두 금융회사에 정정을 요청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바로잡지 못하면 이후 인출 때 세금이 잘못 계산될 수 있습니다.
그다음은 매년 연금 수령 계획을 세울 때입니다. 한 계좌로 합친 경우에는 남은 과세제외금액과 이연퇴직소득이 해마다 얼마인지 보고, 한 해 수령액이 연금수령한도를 넘지 않도록 조정합니다. 흩어진 연금계좌의 잔액과 예상 수령액은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한 번에 조회하여 금융회사 내역과 대조할 수 있습니다.
매년 점검할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과세제외금액이 언제 모두 소진되는지 확인합니다. 둘째, 이연퇴직소득에서 꺼낸 금액에 감면된 퇴직소득세가 적용되었는지를 금융회사가 발급하는 원천징수 내역으로 확인합니다. 셋째, 연금수령연차가 해마다 늘어나 감면율이 바뀌는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세 항목 가운데 하나라도 예상과 다르면 그해 수령 계획을 세우기 전에 금융회사에 경위를 문의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제도 설명이며 특정 금융회사의 상품 가입이나 이체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실제 세액은 개인의 소득과 계좌 이력에 따라 달라지므로 신청 전에 금융회사와 세무 전문가의 확인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