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보관하나: 두 계좌에 나뉘어 담긴 돈의 성격
이 글은 만 57세 전후에 퇴직하면서 퇴직금을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받은 독자를 위해 썼습니다. 이 독자는 그와 별도로 여러 해 납입한 연금저축 계좌도 가지고 있습니다. 연금저축은 먼저 연금으로 받고, IRP는 국민연금 수령이 시작되는 60대 중반까지 그대로 두려고 합니다. 기존 글은 주로 어느 계좌를 먼저 꺼내야 세금이 적은지, 두 계좌의 수령한도를 합쳐 계산하는지를 다뤘습니다. 이 글은 한 가지만 묻습니다. IRP 개시를 미루는 동안 IRP의 연금수령연차와 연금수령한도가 멈춰 있는지, 아니면 계속 흘러가는지입니다.
답을 보기 전에 두 계좌에 담긴 돈의 성격부터 나눠 두어야 합니다. 같은 연금계좌라도 꺼낼 때 매기는 세금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미뤄 두는 계좌가 어떤 돈을 담고 있는지가 판단의 출발점이 됩니다.
- IRP(퇴직금 이전분): 퇴직소득세를 아직 내지 않은 이연퇴직소득이 중심입니다.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줄여 주는 방식으로 과세됩니다.
- IRP 운용수익: 퇴직금을 굴려 생긴 수익은 퇴직소득이 아니라 연금소득으로 과세됩니다.
- 연금저축: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금과 운용수익이 중심입니다. 연금으로 받으면 연금소득세가 원천징수됩니다.
- 공통: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납입금은 과세 대상이 아니며, 계좌 안에서 가장 먼저 인출되는 것으로 처리됩니다. 그다음이 이연퇴직소득이고, 마지막이 세액공제분과 운용수익입니다.
이 독자에게 중요한 점은 미뤄 두는 IRP의 대부분이 이연퇴직소득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연퇴직소득은 연금소득세가 아니라 퇴직소득세를 감면하는 방식으로 과세됩니다. 그래서 개시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연금소득세율보다 수령한도와 감면 구간입니다. 반대로 먼저 받는 연금저축은 연금소득세와 분리과세 기준의 영향을 받습니다. 두 계좌가 서로 다른 세금 규칙을 따르기 때문에 뒤에서 연차를 두 갈래로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보관 조건: 연금수령 요건과 연차가 정해지는 방식
연금계좌에서 꺼낸 돈이 연금수령으로 인정되려면 세 가지 조건을 함께 갖춰야 합니다. 만 55세 이후일 것, 가입일부터 5년이 지났을 것, 연금수령한도 안에서 꺼낼 것입니다. 다만 퇴직금이 이전된 IRP처럼 이연퇴직소득이 들어 있는 계좌는 가입기간 요건이 일반 계좌와 다르게 적용됩니다. 따라서 자신의 IRP가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 계좌를 둔 금융회사에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연금수령한도는 「연금계좌 평가액 ÷ (11 − 연금수령연차) × 120%」로 계산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연금수령연차를 세는 방식입니다. 연금수령연차는 실제로 연금을 받기 시작한 해를 기준으로 하지 않습니다. 그 계좌에서 처음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 날이 속하는 과세기간을 1년차로 잡고, 해마다 1씩 더해 계산됩니다. 2013년 3월 1일 이전에 가입한 계좌는 기산연차를 6년차로 보는 특례가 적용됩니다. 연금수령연차가 11년차 이상이 되면 한도 계산 자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기준과 연금계좌 과세 구조는 국세청 연금 세제 안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계산은 계좌마다 따로 이루어집니다. 연금저축의 연차와 IRP의 연차는 서로 영향을 주지 않으며, 각 계좌가 요건을 갖춘 해부터 각각 세어집니다. 연금저축을 먼저 개시했다고 해서 IRP의 연차가 함께 시작되거나 늦춰지지 않습니다.
확인 절차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계좌를 둔 금융회사에 계좌별 가입일, 연금수령 요건 충족일, 현재 연금수령연차를 각각 요청하면 됩니다. 퇴직금을 여러 차례 나누어 이전했거나 다른 금융회사의 IRP에서 계좌를 옮긴 이력이 있다면, 기산 시점이 어떻게 인정되는지도 함께 묻는 것이 좋습니다. 이전 이력에 따라 계좌에 기록된 연차가 예상과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꺼낼 때: 개시를 미뤄도 한도 계산용 연차는 계속 흐릅니다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습니다. IRP의 연금 개시 신청을 미루더라도 연금수령한도를 계산하는 연차는 멈추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57세가 되는 해에 퇴직금을 IRP로 옮겨 그해에 연금수령 요건을 갖췄다면 그해가 1년차가 됩니다. 이후 65세가 되는 해에 처음 연금을 신청하더라도 그 시점의 연차는 9년차로 계산됩니다. 미뤄 둔 기간만큼 한 해에 연금으로 꺼낼 수 있는 한도가 커지는 구조입니다.
아래는 IRP 평가액을 2억원으로 가정하고, 처음 신청하는 연차에 따라 첫해 한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공식에 넣어 계산한 예시입니다. 평가액은 운용 결과에 따라 달라지므로 계산 구조를 보여 주기 위한 숫자로만 보시면 됩니다.
- 1년차에 신청: 2억원 ÷ 10 × 120% = 2,400만원입니다.
- 5년차에 신청: 2억원 ÷ 6 × 120% = 4,000만원입니다.
- 9년차에 신청: 2억원 ÷ 2 × 120% = 1억 2,000만원입니다.
- 11년차 이상에 신청: 한도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한도를 넘겨 꺼낸 금액은 연금외수령으로 처리됩니다. 이연퇴직소득을 연금외수령하면 퇴직소득세가 줄지 않고 그대로 원천징수됩니다. 한도가 작은 초기 연차에 개시하면 이 경계를 넘기 쉽고, 개시를 미루면 이 제약이 느슨해집니다.
이 예시를 실제 인출에 대입할 때는 계좌 안의 인출 순서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 IRP 안에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납입금이 없다면 개시 후 처음 꺼내는 돈은 이연퇴직소득에서 차감됩니다. 따라서 한도가 커진다는 것은 퇴직소득을 연금수령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는 뜻입니다. 운용수익에 대한 연금소득세는 이연퇴직소득을 모두 꺼낸 뒤에 본격적으로 따지게 됩니다. 개시 첫해 한도에는 개시를 신청한 날의 평가액이 쓰인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꺼낼 때: 퇴직소득세 감면 연차는 따로 셉니다
한도가 커진다고 해서 세금 감면까지 앞당겨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연퇴직소득을 연금으로 받으면 연금외수령 때 낼 퇴직소득세의 70%만 원천징수됩니다. 연금 수령이 10년을 넘긴 뒤 받는 부분은 60%로 낮아집니다. 2020년 이후 수령분부터는 이 10년을 셀 때 한도 계산용 연차가 아니라 실제로 연금을 받은 연차를 기준으로 하도록 바뀌었습니다. 그러므로 개시를 미룬 기간은 감면 구간 계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 차이 때문에 판단이 갈립니다. 미룬 뒤 커진 한도를 활용해 첫해에 큰 금액을 꺼내면 그 금액은 모두 70% 구간에서 과세됩니다. 반대로 한도 안에서 나누어 받으면 실제 수령연차가 쌓여 이후 금액이 60%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미루는 결정은 한도의 여유를 얻는 대신 감면 구간에 들어가는 시점도 함께 뒤로 미룬다는 점을 같이 고려해야 합니다.
판단 기준은 IRP를 개시한 뒤 어떤 속도로 꺼낼 계획인지입니다. 국민연금 개시 전후의 생활비 공백을 메우려고 짧은 기간에 큰 금액이 필요하다면 커진 한도가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매년 비슷한 금액을 오래 나누어 받을 계획이라면 미룬 기간만큼 감면 구간 진입이 늦어지는 점이 더 크게 작용합니다. 이 경우에는 일찍 적은 금액으로 개시해 실제 수령연차를 쌓아 두는 방식과 비교해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연금저축을 먼저 받는 동안에는 사적연금 연 1,500만원 기준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이 기준은 연금저축의 세액공제분과 운용수익, IRP 운용수익처럼 연금소득으로 과세되는 금액을 합쳐 판단합니다. 이연퇴직소득을 연금으로 받은 금액은 여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연금소득세율은 연금 수령일 기준 나이에 따라 70세 미만 5.5%, 80세 미만 4.4%, 80세 이상 3.3%(지방소득세 포함)가 적용됩니다. 국민연금은 공적연금으로 별도로 과세되며, 본인의 수령 개시 연령과 예상 연금액은 국민연금공단에서 조회할 수 있습니다. 1969년생은 65세부터 노령연금을 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점검 주기: 언제 무엇을 확인하나
IRP 개시를 미루는 계획은 한 번 정하고 끝나지 않습니다. 연차가 바뀌는 시점마다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아래 목록은 이 독자가 시점별로 점검할 항목입니다.
- 연금저축 개시 직전: 각 계좌의 가입일과 연금수령 요건 충족일, 2013년 3월 1일 이전 가입 여부를 확인해 계좌별 기산연차를 기록합니다.
- 매년 초: 그해 각 계좌의 연금수령연차와 한도 금액을 금융회사에 조회합니다. 개시 이후 해마다의 한도는 그해 첫날의 평가액을 기준으로 계산됩니다.
- 매년 연말 전: 연금저축 수령액과 IRP 운용수익 인출액을 합쳐 사적연금 1,500만원 기준과 비교합니다.
- IRP 개시 직전: 이연퇴직소득 잔액, 퇴직소득세 감면 구간을 판단할 실제 수령연차, 국민연금 개시 시점을 함께 놓고 연간 수령액을 정합니다.
- 세법 개정 시기: 감면율과 분리과세 기준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해마다 적용 기준을 다시 확인합니다.
점검 결과를 기록할 때는 계좌별로 한도 계산용 연차와 실제 수령연차를 나란히 적어 두면 편리합니다. IRP는 개시 전까지 실제 수령연차가 비어 있고, 한도 계산용 연차만 해마다 늘어나는 모습으로 기록됩니다. 이 두 칸의 차이가 곧 미뤄 둔 기간이며, 개시 시점을 정할 때 이 차이를 보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IRP 개시를 미뤄도 한도 계산용 연차는 계속 늘어나 한도가 커집니다. 반면 퇴직소득세 감면 연차는 실제로 받기 시작한 해부터 따로 세어집니다. 두 연차를 구분해 두면 미루는 기간이 주는 이점과 비용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연금계좌의 다른 쟁점은 연금 분류 글에서 이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 정보이며 특정 상품의 가입이나 매수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실제 적용 여부는 계좌별 가입 이력에 따라 달라지므로 금융회사와 세무 안내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