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보관하나: 임금피크 직전까지 쌓인 DB형 퇴직급여 수급권
이 글은 퇴직연금 확정급여형(DB형)에 가입한 50대 중반 근로자를 위해 썼습니다. 이 독자의 회사는 몇 년 뒤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예정입니다. 기존 글들은 DB형에서는 회사가, 확정기여형(DC형)에서는 근로자가 운용 위험을 진다는 구조를 설명했습니다. 회사가 도산할 때 남는 신용 위험도 다루었습니다. 이 글은 임금이 줄어드는 구간에서 그 위험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다룹니다. DC형으로 옮긴다면 어느 시점에 어떤 금액이 고정되는지도 함께 설명합니다.
DB형 퇴직급여는 퇴직 직전 평균임금에 계속근로기간을 곱해 정해집니다. 관련 법령은 계속근로기간 1년마다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급여로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평균임금은 원칙적으로 산정 사유가 생긴 날 이전 3개월 동안의 임금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누어 계산합니다. 따라서 이 독자가 보관하고 있는 것은 이미 확정된 금액이 아닙니다. 퇴직 시점의 임금 수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 수급권입니다.
이 구조에서 적립금 운용에서 난 손실은 회사가 추가 부담금으로 메웁니다. 그러나 퇴직 직전 3개월의 임금이 낮아지면, 낮아진 평균임금이 과거 근속기간 전체에 곱해집니다. 즉 DB형 가입자는 운용 위험은 지지 않는 대신 퇴직 직전의 임금 하락 위험을 스스로 집니다. 임금피크제는 이 위험이 미리 정해진 일정에 따라 현실이 되는 경우입니다.
보관 조건: DB형에 둘 때와 DC형으로 옮길 때 위험이 바뀌는 지점
DC형은 회사가 해마다 연간 임금 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근로자 명의 계좌에 넣고, 근로자가 그 돈을 운용하는 제도입니다. 한 번 납입된 부담금은 이후 임금이 줄어도 깎이지 않습니다. 대신 적립금의 가치는 운용 결과에 따라 오르내리며, 원금 손실 가능성도 근로자가 집니다. 두 제도에서 위험의 주체를 항목별로 나누면 다음과 같습니다.
- 퇴직급여 결정 기준: DB형은 퇴직 직전 평균임금에 근속기간을 곱한 금액이고, DC형은 매년 납입된 부담금과 그 운용 손익의 합계입니다.
- 임금피크 기간의 임금 하락: DB형에서는 과거 근속기간 전체에 반영되고, DC형에서는 하락 이후 해마다 새로 납입되는 부담금에만 반영됩니다.
- 운용 손익: DB형에서는 회사가 부담하고, DC형에서는 근로자가 부담합니다.
- 회사 지급능력 위험: DB형에서는 적립금이 부족한 부분이 회사 신용에 기대는 채권으로 남습니다. DC형에서 이미 납입된 부담금은 근로자 명의 계좌에 있어 이 위험에서 벗어나지만, 아직 납입되지 않은 부담금은 여전히 회사 신용 위험으로 남습니다.
- 세금: 재직 중 DB형에서 DC형으로 옮기는 것은 퇴직이 아니므로 그 시점에는 퇴직소득세를 떼지 않습니다. 과세는 퇴직 후 급여를 실제로 받을 때 이루어집니다.
관련 법령은 임금피크제 실시처럼 퇴직급여가 줄어들 수 있는 사유가 생기면 사용자가 그 사실을 근로자에게 미리 알리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또 근로자대표와 협의해 DC형으로의 변경, 퇴직급여 산정 기준의 개선 등 감소를 막기 위한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독자가 먼저 확인할 것은 회사가 이 안내와 조치를 했는지, 했다면 어떤 방식인지입니다. 운용·자산관리 수수료를 누가 얼마나 부담하는지는 퇴직연금규약과 사업자 계약에서 정하므로, 전환 전에 함께 확인합니다.
상시근로자 30명 이하 사업장은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이 기금은 사용자가 근로자별로 연간 임금 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적립하는 확정기여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이 제도 가입자는 이미 매년 납입액이 고정되는 구조에 있으므로, 이 글에서 다루는 전환 문제는 주로 DB형 사업장 근로자에게 해당합니다.
옮기는 시점에 고정되는 금액: 가정 예시로 본 차이
아래 숫자는 계산 구조를 보여 주려는 가정이며 실제 사례가 아닙니다. 계산을 단순하게 하려고 30일분 평균임금을 월 임금과 같게 보고, DC 계좌의 운용수익은 0으로 둡니다. 실제 평균임금에는 상여금·수당 가운데 일부가 반영되므로 금액은 회사의 산정 내역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 가정: 근속 20년 시점의 월 임금은 600만원이고, 이후 3년 동안 임금피크제로 월 420만원(종전의 70%)을 받은 뒤 퇴직하는 경우입니다.
- DB형에 남는 경우: 퇴직 직전 평균임금 420만원에 근속 23년을 곱해 약 9,660만원이 됩니다.
- 임금피크 직전에 DC형으로 옮기는 경우: 전환 시점의 DB 급여 600만원 × 20년 = 1억 2,000만원이 DC 계좌로 이전됩니다. 이후 3년 동안 연간 임금 5,040만원의 12분의 1인 420만원씩, 합계 1,260만원이 더해져 약 1억 3,260만원이 됩니다.
두 경우의 차이 약 3,600만원은 운용수익을 0으로 둔 결과입니다. DC형으로 옮기면 이전된 1억 2,000만원에서 3년 동안 생기는 손익이 그대로 결과에 더해지거나 빠집니다. 원리금보장 상품을 고르면 손실 가능성은 줄어들지만, 상품을 고르고 결과를 떠안는 주체가 근로자라는 점은 같습니다. 즉 이 전환은 임금 하락 위험을 운용 위험과 맞바꾸는 선택입니다.
결과를 가르는 것은 전환 시점입니다. 이미 임금이 줄어든 뒤에 옮기면 전환 시점의 평균임금이 낮아진 상태이므로 과거 근속분도 낮은 임금으로 계산됩니다. 고정 효과가 생기려면 전환 기준일 이전 3개월이 모두 종전 임금으로 채워져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삭감된 임금이 처음 지급되기 전에 전환 기준일이 잡혀 있는지 확인합니다.
꺼낼 때: 전환 뒤 중도인출과 퇴직 시 지급 기준
DB형에는 재직 중 중도인출 제도가 없습니다. DC형은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일정 기간 이상의 요양처럼 법령이 정한 사유가 있을 때만 중도인출할 수 있습니다. 임금피크제가 중간정산 사유가 되는 것은 퇴직금 제도의 경우이며, 임금피크제 적용 자체는 DC형 적립금의 중도인출 사유가 아닙니다. DC형으로 옮긴다고 해서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돈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구분해야 합니다.
퇴직하면 퇴직급여는 원칙적으로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로 이전됩니다. 만 55세 이후에 퇴직한 경우 등 법령이 정한 예외에 해당하면 IRP를 거치지 않고 받을 수도 있습니다. IRP에서 연금으로 나누어 받을 때 퇴직소득세가 줄어드는 구조는 별도 글에서 다루었으므로 여기서는 반복하지 않습니다.
한 번 DC형으로 옮긴 뒤 다시 DB형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는 퇴직연금규약마다 다릅니다. 제도를 설정하거나 변경할 때는 근로자대표의 동의나 의견 청취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근로자 개인이 혼자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따라서 전환은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으로 보고, 규약 문구를 먼저 확인한 뒤 판단합니다.
점검 주기
이 독자의 점검은 임금피크 적용 전후의 짧은 기간에 몰려 있습니다. 시점을 놓치면 과거 근속분의 기준 임금이 낮아진 뒤라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아래 순서대로 확인합니다.
- 임금피크 적용 6개월 전: 회사가 퇴직급여 감소 가능성을 안내했는지, DC형 전환이나 산정 기준 개선 같은 조치를 준비했는지 확인합니다.
- 전환 직전: 전환 기준일과 그 시점의 평균임금 산정 내역, 곧 포함된 임금 항목과 3개월 기간을 서면으로 받습니다.
- 이전 직후: DC 계좌에 들어온 금액이 산정 내역과 일치하는지, DB형 적립금이 부족했다면 부족분까지 함께 납입되었는지 확인합니다.
- 매년 1회: 회사 부담금이 연간 임금 총액의 12분의 1 이상 납입되었는지 확인하고, 운용 상품의 손익과 수수료를 점검합니다.
- 국민연금 함께 점검: 임금피크 기간의 소득 감소는 국민연금 보험료의 기준이 되는 소득에도 반영되므로, 국민연금공단의 예상 연금액 조회로 변화를 함께 확인합니다.
점검 결과 회사가 안내나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근로자대표를 통해 규약상 전환 절차가 있는지부터 묻는 것이 순서입니다. 이 글은 제도 구조를 설명한 일반 정보이며 특정 상품 가입이나 매수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실제 적용 기준은 소속 회사의 퇴직연금규약과 적용 시점의 법령으로 확인해야 합니다.